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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운항 선박의 현재와 미래: 해양 운송 혁신의 최전선

by 블로깅바드 2025. 5. 15.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바다를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 IoT, 빅데이터, 위성항법 시스템이 융합된 자율운항 선박은 기존 해운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들며, 안전성·효율성·친환경성까지 동시에 추구하는 ‘미래 해양 모빌리티’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자율운항 선박의 정의, 현재 기술 수준, 시범 운항 사례, 상용화 과제,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변화까지 전방위적으로 조망해 본다.

자율운항 선박이란 무엇인가: 개념과 등장 배경

자율운항 선박(Autonomous Ship 또는 MASS, 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은 인공지능(AI), 센서, 위성항법(GNSS), 통신기술, 자동 제어 시스템 등을 활용하여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항해, 조타, 충돌 회피, 정박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선박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19년 ‘자율운항 선박의 4단계 분류’를 제정했으며, 이는 선박의 자율성 수준에 따라 아래와 같이 나뉜다: - **1단계 (지원형)**: 선원이 탑승하며, 일부 자동화 시스템이 운항을 보조 - **2단계 (부분 자율형)**: 선원이 탑승하되, 대부분의 운항은 시스템이 자동 수행 - **3단계 (원격 조종형)**: 선원이 탑승하지 않고, 육상에서 원격 조종 - **4단계 (완전 자율형)**: 인간의 개입 없이 모든 운항과 결정을 시스템이 독자 수행 자율운항 선박의 필요성은 ▲해기사 인력 부족 ▲선박 사고 감소 ▲연료 절감 및 탄소 배출 감축 ▲물류 효율 향상 등의 요인에서 비롯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면서, 사람의 물리적 개입을 최소화한 물류 시스템 구축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또한 해상 사고의 75% 이상이 인간의 실수로 발생한다는 조사 결과는 자율화 기술 도입의 타당성을 뒷받침한다. 자율운항 기술은 단순한 기계적 자동화가 아니라, 고도의 판단·예측·적응 기능을 탑재한 해상용 AI 시스템 개발이라는 점에서 기존 자동화 선박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을 지닌다.

현재의 기술 수준과 실제 시범 운항 사례

2020년대에 들어서며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자율운항 선박의 기술 개발과 실증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 일본, 한국, 중국, 핀란드 등은 정부 주도 하에 시범 항로를 지정하고 자국 기술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야라 비르켈란(Yara Birkeland)'은 세계 최초의 자율운항 화물선으로, 전기 추진 기반의 완전 무인 선박이다. 이 선박은 컨테이너 120TEU를 적재할 수 있으며, 항만 간 단거리 운항을 완전 자율로 수행한다. 인공지능 기반 경로 설정, 충돌 회피, 자동 하역 시스템까지 갖춰 ‘자율 해상 물류’의 개념을 현실로 구현했다. **일본**의 NYK라인과 미쓰비시중공업은 ‘스마트 베슬 프로젝트’를 통해 자율운항 여객선 및 대형 컨테이너선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22년 일본은 실해역에서 750km를 무인 항해한 ‘슈퍼하이브리드페리’ 시험 운항에 성공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한국**은 2023년 전남 목포~제주 해상에 자율운항 시범 항로를 설정하고, 선박 내 AI 시스템과 육상 관제소 간 통신 체계를 연동한 ‘K-MASS(Maritime Autonomous Smart Ship)’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은 자율운항 알고리즘, 자율 보조 장치, 디지털 트윈 선박 설계 등 분야에서 경쟁적으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은 무인 군용 선박 개발과 연계된 상용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유럽연합은 MASRWG(자율운항 선박 규제 실무그룹)를 중심으로 기술 표준화와 국제 협약 수립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항해 안정성, 사이버 보안, 국제법 해석, 보험 제도, 긴급 대응 체계 등 복잡한 법적·제도적 문제가 동반된다. 현재까지는 대부분 자율보조형(1~2단계 수준) 선박이 중심이며, 완전 자율 운항은 기술과 법률의 공백으로 인해 여전히 연구·실증 단계에 머물고 있다.

자율운항 선박의 미래와 상용화를 위한 과제

자율운항 선박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해양 산업 전체의 운영 구조, 인력 체계, 안전 관리, 규제 환경, 심지어 문화까지 바꾸는 거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는 조선소, 해운사, 보험사, 항만 당국, 국제기구까지 모든 이해당사자의 협업을 전제로 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인공지능의 판단력과 학습 능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복잡한 해상 교통 상황, 돌발 기상, 어선 밀집 구역, 해양 생물 회피 등 다양한 변수에 실시간 대응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시뮬레이션과 실제 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훈련이 필요하다. 법제도적 측면에서는 자율운항 선박의 법적 지위, 사고 책임 주체, 보험 체계, 통신 주파수 활용 등 아직 정비되지 않은 항목이 많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8년을 목표로 MASS 관련 국제 규정 초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각국은 이에 발맞춰 자국 해양법 체계를 개정하는 중이다. 또한 인력 구조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전통적인 선원의 역할은 감소하고, 대신 해양 데이터 분석가, 원격 관제사, 자율운항 시스템 개발자 등의 새로운 직군이 부상하게 될 것이다. 이는 해양 고등교육 및 기술훈련 체계의 전면 개편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자율운항 선박은 단기간 내 모든 해상 물류를 대체하진 않겠지만, 특정 항로, 특정 조건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적용 영역을 넓혀갈 것이다. 2030년까지는 근해 운항, 연안 물류, 페리, 예인선 등 단거리 분야에서 상용화가 본격화되고, 2040년 이후에는 원양 화물선 및 해양플랜트 지원선 분야까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운항 선박은 ‘자동차의 자율주행’보다 더 많은 변수와 난제를 안고 있지만, 그만큼 해운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지닌 혁신이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기술이 언제 완성되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시스템에 안전하게 통합할 수 있는가이다. 바다 위의 인공지능은 곧 인류 물류와 안보, 환경, 생존의 미래를 함께 싣고 움직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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