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현재, 선박 설계는 단순한 구조 설계를 넘어 글로벌 환경규제, 에너지 전환, 해운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 기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강화된 국제 설계기준, 해운 수요의 급격한 재편은 선박 설계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2024년 기준 선박 설계의 핵심 흐름을 종합적으로 분석합니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설계 전략
이산화탄소(CO₂) 배출 저감은 2024년 선박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입니다. 해운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며, IMO(국제해사기구)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50%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신조선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탄소 저감 기술을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합니다. 첫째, 대체연료 기반 설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LNG는 물론이고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기반 추진 시스템을 갖춘 선박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 연료는 저장 탱크 크기와 안전 설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선체 구조 자체가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암모니아 추진선의 경우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연료 라인, 통풍, 방화구조 등 다양한 요소가 설계에 통합되어야 합니다. 둘째,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기술도 필수적입니다. 항력 저감 선체 디자인, 공기윤활 시스템, 고효율 프로펠러, 전력 관리 시스템 등이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하며, 이는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환경규제 대응 수단으로 작동합니다. 셋째, 선박 자체의 운영 효율을 고려한 스마트 설계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AI 기반 항로 최적화, 연료 사용량 분석,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시스템 통합을 필요로 하며, 이를 통해 운항 중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2024년의 선박 설계는 '저탄소'라는 명확한 목적을 중심으로 기술과 구조,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형태로 발전 중입니다.
강화된 국제 설계기준과 산업 대응
2024년 현재, 선박 설계를 규정하는 국제 기준은 더욱 구체화되고 강화되었습니다. IMO는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 탄소집약도지표(CII), 국제안전관리규약(ISM Code) 등 다양한 기준을 통해 선박이 환경·안전·운영 모든 면에서 고도화된 설계를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EEDI는 신조선이 설계 단계에서 달성해야 할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치를 설정하며, 이는 선체 길이, 엔진 출력, 적재 중량 등 다양한 요소를 수치로 환산하여 설계단계에서 평가됩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설계 변경, 엔진 재선정, 구조 조정이 필요하게 되어 조선소와 설계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CII는 운항 중 실제 배출 데이터를 기준으로 선박 등급을 분류하는 기준으로, 2023년부터 시행되어 2024년 현재는 전 세계 선사들이 C등급 이하 선박의 운항을 제한하거나 교체하고 있습니다. 이는 설계에서부터 연비 향상과 배출 저감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SOLAS(Safety of Life at Sea) 개정에 따라 화재 안전성, 침수 시 복원력, 고장 대응 체계 등도 설계 기준으로 명문화되었으며, 특히 전기 추진 시스템, 리튬이온 배터리 등 신기술이 탑재된 선박에 대한 안전 설계 기준도 강화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설계는 단순한 성능 확보에서 벗어나 규정 대응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조선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해운시장 변화와 설계 수요의 재편
2024년의 글로벌 해운시장은 수요 구조의 변화, 물류 체계의 다변화, 환경 규제 대응 능력에 따라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선박 설계도 시장 중심, 수요 기반의 유연한 대응 체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급증했던 물동량은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탄소중립 정책의 영향으로 '친환경 고부가 선박'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LNG 운반선, 메탄올 추진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원거리 항해용 자율운항선박 등은 설계 복잡도가 높고 단가도 높아 고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핵심 분야입니다. 또한, 해운기업들은 단순한 연료비 절감뿐만 아니라 ESG 경영 강화와 투자자 대응을 위해 '설계 기반 친환경 인증'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조선소가 설계 능력을 통해 수주 경쟁력을 확보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중소형 조선사들도 이제는 기술 중심 설계 역량 없이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 구조가 되었으며, CAD 기반 설계 고도화,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 설계 등 IT 융합형 기술 투자도 설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설계자는 단순히 선체를 그리는 기술자가 아닌, 환경·시장·기술을 종합 분석하는 전략가로 변화하고 있으며, 설계 역량이 곧 조선사의 브랜드이자 생존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2024년의 선박 설계는 더 이상 과거의 경험과 감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국제 설계기준 대응, 해운시장 변화 대응이라는 3대 축을 중심으로, 선박 설계는 기술·정책·시장 전략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해양산업 종사자라면 이 흐름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변화의 중심에 선 지금, 선박 설계를 다시 봐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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